작가의 방 (박래부 저/박신우사진/안희원 그림 | 서해문집)
부제가 “우리 시대 대표 작가 6인의 책과 서재 이야기”다. 너무 당연한 얘기겠지만, 작가의 방에는 책이 많다. 책을 빼면 그들의 방에 대해서는 할 얘기가 뭐가 있나. “책의 무게 때문에 서고를 만들 때 대부분 보통 건물에서 사용하는 바닥의 강도로는 견디지 못”(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중에서)할거라서 아예 튼튼한 건물을 새로 지어버린 다치바나 다카시 같은 사람도 있지만, 이 책에 소개된 작가들 역시 그에 못지 않은 책 욕심과 애착이 있을 것이다. 소장한 책을 신촌에 있는 헌책방에 가끔 한 박스, 두 박스씩 갖다가 박스당 5만원 정도에 파는 김영하 같은 작가도 있고, 결혼 후 책을 합치자고 보니 자신이 갖고 있는 책들은 죄다 남편이 갖고 있어 시골 집에다 두고 시집 온 신경숙 같은 작가도 있다. 그래도 1층에도 서재, 2층에도 서재, 2층으로 오르는 계단에도 대형 책장 세 개에 책이 빼곡하단다. 이문열은 또 어떤가. 그의 서재와 ‘부악문원’에 있는 1만 5,000권 가량의 책은 숙생들이 분류해 놓은 탓에 주인도 어디에 무슨 책이 있는지 찾지 못한다. 공지영은 인터넷 서점에서 한 달에 100만 원어치씩 책을 산 적도 있고, 초등학교 교사인 김용택은 교실에 둔 책이 많아 옮기려면 귀찮으니 학교에서 계속 2학년 1반 담임으로 고정시켰단다.
이 책은 문화부 기자 출신으로 작가들과 남다른 친분을 과시하는 박래부가 쓴 것이다. 이야기는 모두 작가의 방에서 시작되지만 그들의 현재 삶에서 아득한 과거로 돌아가기도 하고, 때론 장면이 미래로도 옮겨진다. 이문열, 김영하, 강은교, 공지영, 김용택, 신경숙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연일 계속되는 과중한 업무로 마음이 팍팍한 탓에 건성으로 읽었지만, 일 없는 여름날 오후에 돗자리 깔고 누워 천천히 한 장 한 장 다시 넘겨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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