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파묻힌 사람들은 이미 거기에 익숙해져 헤어나올 생각을 쉽게 하지 않는다. 뭐…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스물, 서른, 마흔… 이렇게 사람들은 나이를 먹고,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고집스럽게 그걸 지켜나간다. 또, 그 나른함에 만족하기도 하고…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뭔가 다른 삶을 모색하고, 또 시도하고, 그러다가 지치고, 포기한다. 나름대로 성실하게, 그리고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면 됐지 뭐!
갈매기 조나단은 다른 갈매기가 먹이를 찾으러 다닐 때, 비행을 연구했고, 우리의(!) 요시카 피셔는 달렸다. ‘이렇게 살아갈 순 없다!’는 생각 때문. 체중을 감량한 사람은 우리 주위에서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물론, 실패한 사람들이 더 많겠지!) 요시카 피셔의 글이 남다른 것은, 수십 킬로그램이라는 ‘체중감량’ 때문만이 아니다. ‘마흔이 넘은’ 나이가 한 몫을 한 것. 마흔을 넘어서면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거나 변화를 모색하기엔 몸과 마음이 피곤한 게 보통이다. 지금까지의 삶이 그런대로 괜찮았고, 또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적당히 살아가기 마련이다. 요쉬카 피셔는 이렇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진부한 표현이지만) ‘꿈과 용기’를 마구마구 심어준 것이다. 자신의 삶에 대해 뭔가 못마땅하거나,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변화하라! -- 게다가 그는 정치인이다. 대중에게 노출되어 있어,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주목받았을 터. 그가 하나의 액션을 취한다면, 보통 사람 이상의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보통의 자서전처럼 어린시절의 이야기부터 시작됐다면 아마 책을 집어 던졌을지도 모른다. 오직 달리기에만 초점을 맞춰, 자신이 하고 싶은 소소한 이야기들은 모두 쏙 뺐기 때문에 더 마음에 들었다. 뒷부분에 나온, 헤르베르트 슈테프니의 ‘달리기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남기는 글은 상당히 정교하고 실제로 도움이 되는 글. 양질의 부록을 덤으로 얻은 기분이다.
책 머리에 나온 “물고기는 헤엄치고, 새는 날고, 인간은 달린다”는 에밀 자토펙의 말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왜 나는 지금 제자리에 서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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