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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

by mariannne 2023. 3. 30.

사회 정치 > 사회비평/비판 > 한국사회비평
 


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
목수정 저 | 생각정원


프랑스 파리에 사는 작가 목수정이 쓴 수필이다. 좌파 활동가로 알려진 그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을 때가 많았다. 권력자들이 구태의연함, 뻔뻔함, 두 얼굴의 이중성을 누구보다 날카롭게, 직접적인 말로 지적하는 사람이라 그렇다.  시커먼 속내를 가졌고, 그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누가 그의 말을 달갑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저자가 이 글을 쓴 시기는 세월호가 가라앉고, 민중총궐기 시위(2015년 11월 14일)에서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때이다. 2013년 11월, 박근혜가 프랑스를 방문한다고 했을 때, '박근혜는 대한민국의 합법적인 대통령이 아니다. PARK GEUN-HYE N'EST PAS LA PRÉSIDENTE LÉGITIME DE LA CORÉE DU SUD'라는 현수막과 함께 에펠탑에서, 루브르박물관에서 열린 집회를 주도한 사람이 목수정이다.

한국만 암울한 건 아니었다. 파리에서는 동시다발적인 테러로 엄청나게 많은 목숨이 희생되었고, 때를 놓칠세라, 극우파 세력이 넘실거렸다. 2016년 노동절 시위에서는 정부의 노동법 '개악' 시도에 항의하는 파리 시민들에게 최루탄이 날라왔다. 하지만 복종을 거부하는 시민들은, 시위를 멈추지 않았다. 이 수필집의 마지막은, 프랑스 광장의 밤샘 시위 슬로건이다. - "다시는 무릎 꿇지 않기 위해 서서 보내는밤 NUIT (PLUS JAMIAS A GENOUX) DEBOUT" 


책 속 구절:

[...] 왜 그렇게 비틀스가 못마땅한지 물었다. 
영국이 비틀스를 그토록 신처럼 떠받들어왔던 이유는 바로 그들로 인해 68혁명의 물결을 피해갈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비틀스로 인해 영국 청년들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그들의 불만과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기 때문에 유럽에서 오직 영국만 폭발하지 않을 수 있었고, 68혁명의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는 것이다. 그것이 영국 여왕이 비틀스에게 작위까지 하사하며 애지중지했던 이유라고. "오! 그럴듯하네." 맞장구쳤더니, 그게 정설이란다. 
"그럼, 비틀스가 혁명을 분쇄한 반동세력인 거네?" 그렇단다. 그래서 자긴 그놈들을 싫어한단다. 이거 완전 천기누설이다. (p.88, 비틀스 혁명 분쇄설) 

더 못한 처지의 노동자들이 있는데 파업을 한다며 증오의 이빨을 드러내는 어리석은 자들이 있다. 노예가 주인의 입장에 서서 노동자들을 꾸짖는 격이다. 요구하지 않아도 주어지는 권리란 없다. 협력 업체들은 파업 때문에 일감이 없다며 파업하는 노동자를 욕할 게 아니라, 동조 파업을 벌여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할 때 배부른 자들의 투정이란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기보다,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얹어 함께 세상을 같이 멈춰 세우는 일에 협조하는 것이 현명하다. 상대적 우위에 있는 누군가에게도 더 나은 세상을 요구할 권리가 있으며, 파업이라는 행동에 나서는 자들은 결코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인 목적만으로 그 고행 길에 나설 수 없다. 세상의 모든 파업은 노동자 전체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고, 자본주의가 훼손한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세상은 지금보다 느린 속도로 돌아가야 한다. 불필요하게 빠른 속도에 목숨 바쳐 순응해봤자, 늘어나는 건 부자의 곳간에 썩어 나는 돈뿐이다. 인간들에게 필요한 건 썩어버릴 더 많은 재화가 아니라, 휴식이다. 방황하고, 음미하고, 성숙해질 수 있는 시간이다. (p.124, 세상의 모든 파업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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