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공부 - 16개 국어를 구사하는 통역사의 외국어 공부법
롬브 커토 저/신견식 역 | 바다출판사 | 2017년 09월
저자는 16개 언어를 구사했다는 헝가리 여성 롬브 커토(1909~2003)이고, 역자는 15개 이상의 외국어를 해독한다는 신견식 씨다. 롬브 커토 씨는 '많은' 언어를 배우기 위해 소질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흥미'와 거기에 쏟아붓는 에너지의 양'이 결과를 만들어 낸다면서 동기, 인내심, 성실성이 중요하다는, 당연한 말을 했다. 그 공식은 이렇게 나타낼 수 있다.
인터넷은 커녕 제대로 된 시청각 교재도, 외국어 학원도 없고, 해외 여행도 드문 때에 16개 언어라니! 저자는 책에서 역사적으로 유명한 다중언어 구사자를 몇 명 소개했는데, 부처는 150개 언어를 알았고, 무함마드는 모든 언어를 말했다는 기록이 있단다. 클레오파트라는 7개 언어를, 이탈리아인 조반니 피코 델라 미란돌라('놀라운 피코'라는 애칭이 있나보다)는 열여덟 살에 22개 언어를 말했고, 이탈리아 추기경 주세페 카스파르 메조판티는 50개 언어를 했다는데, 그는 고향에서 반경 40킬로인지 400킬로인지를 벗어난 적도 없단다.
어쨌거나, 이 책에도 '언어를 잘하는 왕도' 따위는 쓰여 있지 않다. 그래도 몇가지 원칙은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주당 10~12시간 정도는 꾸준히 외국어 학습을 해야하는 것(그 이상이면 물론 더 좋고), 책을 많이 읽고, 사전을 잘 활용하며, '말을 고립된 단위로 익히지 말고, 문맥 속에서 익히라는 것 등이다.
책 속 구절:
기본적인 질문 두 가지로 시작해보자. 왜 언어를 배워야 하는가? 왜 하필 언어인가? 답하기 더 쉬운 둘재 질문부터 시작하겠다.
엉성하게 배워도 알아두면 좋을 만한 것이 언어밖에 없기 때문에 언어를 배워야 한다.
만약 바이올린 솜씨가 서툴다면 연습에 들이는 고통스러운 시간이 연주에서 얻는 즐거움보다 훨씬 클 것이다. 아마추어 화학자는 직업적인 명예를 열망하는 순간 조롱을 면치 못한다. 적당히 기술 있는 의사는 성공하지 못하며 자격증 없이 자기 지식만으로 개업을 하려다가는 돌팔이 의사로 감옥에 갇힐 것이다.
오직 언어의 세계에서만이 아마추어가 가치를 발휘한다. 실수가 가득하다 해도 좋은 의도의 문장은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을 수 있다. 베네치아 기차역에서 어떤 기차를 타야 하는냐는 엉터리 이탈리아어도 질문도 절대 쓸모없지 않다. 잘 모르고 입 다물고 있다가 밀라노가 아니라 다시 부다페스트로 돌아오는 일보다 훨씬 낫다. (p.35, 언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
아기는 말을 하기 시작할 때 주변의 사물과 그 이름에 동시에 익숙해진다. 앞에 펼쳐지는 바깥세상은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열린다. 아기는 근본적인 필요성(가장 강력한 동기)에 따라 말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자기 의사를 이해시켜야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성인 언어 학습자는 풍부하고 지적이며 감성적인 세상을 전달하고자 한다. 게다가 언어적 형태인, 파블로프가 제2신호계라고 부르는 것이 이미 발달되어 있다. 이미 형성돼 있는 전체 신호 체계를 외국어에 맞게 바꾸기란 아주 두려울 수 있다.
더 정확히 말해보자. 교사인 내 친구는 제자들과 숨어서 화살십자당 테러를 간신히 피했다. 그들은 함께 해방을 경험했다. 겨우 몇 주 사이에 열 살짜리 소녀는 같은 마당에 살았던 소련 장교와 즐겁게 재잘거리는 데 만해서 내 친구는 대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어린 에바에게는 쉬운 일이지." 스스로를 달랬다. "저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의 지식만 번역하면 되잖아. 하지만 나는 내 안에 있는 중학교와 대학교의 지식까지 일단 번역을 해야 하는걸." (p.6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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