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 -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2
강준만 (지은이) | 인물과사상사 | 2014-06-13
"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라는 제목을 보고 책을 샀는데, 읽다보니 부제(또는 시리즈 제목)인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2"이 진짜 제목이라는 걸 깨달았다. 강준만 교수가 쓴 것이고, 제목이 그래서 그런지 이 나라의 부조리에 대해 따져 쓴 사회학 서적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오히려 세상 모든 일에 '그럴 수 밖에 없는' 이론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책이 출간된 게 2014년 6월이라, 책의 앞부분은 세월호를 둘러싼 의문에 대한 해답으로 할애했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각종 인재(人災)가 잦아 '삼류국가'의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 '압축성장' 때문이다. 다시, 세월호 참사는 대체 왜 일어났는가? - NIH(Not Invented Here) 증후군 때문이다. "안전이나 직업윤리보다는 소속 집단의 생존과 번영이라는 가치에 우선순위가 있다는 걸 말해주는"(p.57), 속된말로 '나와바리 근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것 말고는? '암묵지'를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난이 반복되는 것이고, 재난이 일어났을 때, '몸의 기억'을 불러낼 만큼의 재난 대응 요령, 재난 훈련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월호를 둘러싼 이런 분석, 이런 내용으로 이어질 줄 생각을 못했다.
"왜 정치인의 공약은 늘 공약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계획 오류" 이론에 대해 설명하거나,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민주당이 주도한 것에 '근친증오' 근린증오'를 꺼낸 것도 이상했다. 세상 모든 게 그냥 설명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플라세보 효과가 있으면 노세보 효과도 설명할 수 있기 마련이다. '후광 효과'라는 게 있는가하면 '후광 반사 효과'도 있다. 첫인상을 중요하게 보는 '초두 효과'와 가장 최근의 인상을 중요하게 여기는 '최신 효과'도 공존한다. 세상 무엇이든 '현상' 있으면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있기 마련이다. 궁금해할 것이 없다. '이론' 때문에 '현상'이 생긴건지, '현상' 때문에 이론이 생긴건지 누가 궁금해할까? 이 책은 좋은 책이긴 하다. 제목을 보고 기대한 것과 내용이 달라 실망한 것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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