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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다섯째 아이

by mariannne 2013. 6. 16.

 

 

다섯째 아이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은이) | 정덕애 (옮긴이) | 민음사 | 1999-06-25 | 원제 The Fifth Child (1988년)

 

직장 파티에서 만난 데이비드와 해리엇은 보수적이고 답답하고 수줍어 하는 공통된 성향으로 금새 서로를 알아봤다. '행복'은 '가정'에 있다는 믿음, 자식을 대여섯은 낳고 싶다는 소망도 같았다. 둘은 결혼을 약속했고, 형편은 안되었지만 미래의 자식들이 모두 함께 살만한 커다란 집을 사기로 했다. 데이비드는 이혼한 부모 중 부자인 아버지쪽보다 어머니쪽을 좋아했지만, 막상 집을 살 때가 되자 아버지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 돈에 대한 이런 편안함이 그들이 함께 했던 인생을 특징지었다. 데이비드는 그 생활을 한번 접해보고는 격렬히 거부했고 옥스퍼드 집의 검약함을 더 좋아했다. 하지만 그 말을 그는 입밖에 내지 않았다. 부자의 삶은 번지르르하고 너무 쉬웠다. 그런데 이제 그 자신이 그 신세를 지게 되었다. (p.21) 

 

해리엇은 8년동안 네 명의 아이를 낳았다. 루크, 헬렌, 제인, 폴이 자라났고, 휴가철과 명절 때마다 양쪽 집안의 친지들이 모여 북적였다. 그리고 곧 다섯째 아이, 벤이 태어났다. 악마의 기운이 서린 듯한 이 아이는 분명 이 집에 어울리지 않았다. 이상한 이유로 동물들이 죽었고, 형제들은 벤을 피했다. 친지들도 더이상 데이비드와 해리엇 집에 오지 않기 시작했다. 벤은 감당하기 쉽지 않은 어린아이였고, 해리엇 이외에는 그 아이를 감싸줄 사람이 없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걸까?   

 

그녀는 데이비드에게 말하였다. 「우린 벌받는 거야. 그뿐이야」
「무엇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에 그가 증오하는 톤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물었다.
「잘난 척했기 때문에.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우리가 행복해야겠다고 결정했기 떄문에 행복해서」
「헛소리」 그가 말했다. 그는 화가 났다. 이런 해리엇이 그를 화나게 만들었다. 「이건 우연이야. 누구나 벤 같은 애를 가질 수 있어. 그건 우연히 나타난 유전자야, 그것뿐이야」
「난 그렇게 생각 안해」 그녀는 완고하게 주장했다. 「우린 행복해지려고 했어!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아니, 나는 행복한 사람을 만나 본 적이 결코 없어.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되려고 했지. 그래서 바로 번개가 떨어진 거야」 (p.158~159)

 

해리엇의 생각처럼 그들이 '행복'을 지나치게 과신했기 때문에 악마의 시샘을 산 것일까? 형편에 맞지 않은 가족 계획이 화를 불러일으킨 걸까? 데이비드의 말처럼, 물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남다른, 기형적인 아이가 태어났을 때 가족들은 얼마나 희생을 해야 하는 걸까? 벤의 존재, 그것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일까? '이상적인' 가족이란 어떤 것일까? 부모의 의무라는 건? 태어날 때부터 사악한 존재라는 게 있는 걸까? 도리스 레싱이 원한 건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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