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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안나 카레니나

by mariannne 2013. 2. 20.


안나 카레니나 - 세계문학전집-003
레프 톨스토이 저/박형규 역 | 문학동네 | 원제 : Анна Каренина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오블론스키 집안은 남편이 가정교사와 바람이 났다는 사실이 알려져 어수선하고, 집안의 안주인 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는 그녀를 위로하러 온 시누이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나중에야 그녀는 “나는 그때 남편을 버리고 다시 한번 삶을 고쳐 시작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나는 정말로 사랑하기도 하고 사랑을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시누이인 안나 카레니나가 사랑을 따라간 것에 대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안나를 비난한다. 어째서일까? 도대체 내가 더 나은 게 무엇일까?”(제6부, 3권, p.118)라고 한탄한다.

사람의 마음은 사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바뀌고, 그걸 매번 겉으로 표현하진 않지만, 마음 속에서는 이랬다저랬다 생각이 널뛰기를 하는데, 톨스토이는 저마다의 속에 들어앉아 있는 듯 그걸 다 꺼내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은 죄다 변화무쌍한 심리를 갖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남의 눈을 의식하여 살아갈 것인가, 자신에게 솔직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사람들의 생각은 늘 복잡하기 짝이 없다. 안나의 남편인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부인이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고 했을 때, 결투를 떠올렸고, 세상의 평가와 자신의 품위, 법률적 문제와 사회적 지위 등을 생각하면서 이혼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마음은 ‘이혼 결심’으로 바뀌고, 부인이 사경을 헤매게 되자 다시 ‘절대 이혼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바꾸게 된다. 결국 무엇이 옳은 일인가. 그 어느 쪽도 아니다.

안나 카레니나는 두 알렉세이 사이에 있다. 남편인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와 이혼을 하지 않은 상태로 애인인 알렉세이 키릴로비치 브론스키와 살게 된다. 안나 올케의 친동생인(즉, 사돈 아가씨) 키티는 레빈이라는 청년의 청혼을 받지만 거절하고 브론스키의 구혼을 기다리는데, 브론스키가 안나에게 반하는 바람에 큰 병을 앓게 된다. 키티는 결국 레빈과 결혼하지만, 레빈이 어느 날 안나를 만나 마음의 동요를 느낀 것을 알고 다시 한 번 상처 받는다. 이 소설은 안나 카레니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안나 오빠인 오블론스키 집안의 이야기이고, 레빈과 키티 부부의 이야기이고, 안나를 중심으로 한 가족들의 이야기이고, 또한 수 많은 동시대 인물의 이야기이다.


문학동네에서 나온 "안나 카레니나"는 러시아 문학의 권위자 박형규 교수의 번역이다. 총 1,600페이지(전 3권)로 쉽게 읽을 수 없는 분량이지만, 쉽게 읽히는 건, 번역자 덕이라고 생각한다.

 

구절:

그러자 이번에는 막상 듣고 있을 때에는 거의 신경도 쓰지 않았던 공산주의에 관한 형의 이야기가 그를 생각에 잠기게 했다. 그는 경제 조건의 개혁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민중의 가난과 비교해서 자기의 넉넉한 상태를 불공평하게 여기고 있었으므로 마음속으로 자기를 철두철미 바른 사람이라고 믿을 수 있도록 이전에도 열심히 일하고 사치를 피하며 살아오긴 했지만 앞으로는 더 많이 일하고 사치도 더욱 줄여야겠다고 새삼 결심했다. 그는 이 모든 것들을 아주 손쉽게 할 수 있으리라고 여겼기 때문에, 오는 내내 더없이 즐거운 공상 속에 빠져 있었다. 새롭고 보다 나은 생활에 대한 희망에 가득 차서 밤 여덟시가 지나 그는 자기 집에 도착했다. (제1부, 1권, p.187)

 

이처럼 형에 대한 이해가 깊어짐에 따라 그는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를 비롯해서 사회적 복지를 위해 일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정’이나 모든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인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은 일임을 이성으로 판단하고, 그 판단 하나로 얽매여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한층 더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고찰에서 더욱 레빈의 깨달음을 확고하게 한 것은 그의 형이 민중의 행복이니 영혼의 불멸이니 하는 문제를 사고하는 태도가 장기의 승부라든가 새로운 기계의 치밀한 구조를 연구할 때와 조금도 다름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데 있었다. (제3부, 2권,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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