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소설

지하의 시간들

by mariannne 2011. 4. 11.


지하의 시간들 (Les heures souterraines, 2009)
델핀 드 비강 지음 ㅣ 문예중앙

마르크 레비, 기욤 뮈소, 안나 가발다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 글을 쓰면서 먹고 살 수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한 명이라는 델핀 드 비강의 소설. 서로 모르는, 하지만 곧 만날 수도 있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2009년 5월 20일, 하루 동안의 이야기다. 

사고로 남편이 죽은 후 아이 셋을 키우며 직장에 다니는 마틸드는 일 년 몇 개월 전부터 직장 상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프로젝트를 빼앗기고, 동료들로부터 고립되고, 며칠간 휴가를 다녀오니 자리에 딴 사람이 앉아서 일하고 있는데다가, 새 자리는 화장실 옆이고, 새로 받은 컴퓨터는 공유 네트워크도 끊겨 있다. 당연히 아침마다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 두렵고 괴로운 심정으로, 읽는 독자로 하여금 그녀를 대신하여 그녀의 상사인 자크의 멱살을 쥐고 싶게 만든다. 

한편, ‘삶의 60퍼센트가 만성비염이고 40퍼센트가 외로움’인 15년차 의사 티보는 ‘여태껏 이렇게 사랑해본 적이 있나’ 싶은 여자친구에게 막 결별을 선언한 참이다. 그의 사랑에 견주면 그녀의 사랑은 너무 보잘 것 없었고, 결국 ‘두 사람은 타다남은 이야기들의 껍데기 위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것’(p.40)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만나 기대고 싶은 마틸드와 서글픈 사랑을 정리한 티보, 둘은 이제 어떻게 만나게 될까? 그리고 그건 그 둘에게 얼마나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책 속 구절:
덜컥 병에 걸리기를, 그것도 아주 큰 병에 걸리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랐던가. 얼마나 많은 증상과 증후군, 무기력을 상상했던가. 그러면 출근하지 않아도 될 텐데. 더 이상 못하겠다고 말할 수 있을 텐데. 아이들만 데리고 아무 계획도, 목적도 없이 무작정 떠나는 꿈을, 통장 하나만 달랑 들고 길을 나서는 꿈을 얼마나 많이 꿨던가. 자신의 길을 벗어나 다른 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꿈을. (p.42)


'[리뷰]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멋진 추락  (0) 2011.05.13
명예  (0) 2011.05.03
25시  (0) 2011.04.01
A MAN WITH A SUIT  (0) 2011.03.22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먹었다  (0) 2011.03.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