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이노베이션
신나게 일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 무언가를 해서 돈을 벌어야 할 텐데, 매일 회사 나가는 게 지겹고, 괴롭다면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이나 “총각네 야채가게” 같은, 즐거운 분위기의 회사를 소개한 책이 인기를 끌고,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이야기도 솔깃한 것이다.
“유쾌한 이노베이션”은 IDEO라는 디자인 기업의 이노베이션 과정을 소개했다. IDEO는 우리나라의 삼성을 비롯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P&G 등 세계 일류기업을 파트너로 갖고 있는 최고의 디자인 기업이란다. 최초의 애플 마우스, PDA 팜 V 등 각종 히트 상품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한편, 이노베이션을 주제로 많은 기업에 컨설팅하는 등 이론과 실천의 양면에서 최고를 달리고 있단다. (책 소개에 있는 글!)
얼마나 유명한 기업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에 실린 많은 사례들을 보니 특별히 유쾌하고, 혁신적인 집단이라는 건 알 수 있겠다. 목차에 있는 ‘이노베이션은 눈에서 시작한다’ ‘열정 팀을 만들어라’ ‘우연과 실수를 창의와 혁신으로’ ‘경쟁을 즐겨라’ 따위는, 의례적인 충고 같지만, 책을 읽다 보면 이들이 얼마나 명확하고도 중요한 개념인지 느끼게 된다. “아마존의 성공비밀”에 나온 것처럼, ‘아이디어’보다 ‘실행’이 더 중요하다. 누구나 알고 있는 얘기 같지만, 실제로 그렇게 한다는 것이 더 어려운 법. IDEO에서는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가 온다”에서도 스스로, 자유롭게 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강조했지만, IDEO 사람들의 직장 생활은 그 어떤 기업보다 자유롭고 유쾌하다. 5일 만에 쇼핑센터 카트를 새롭게 디자인하기 위한 브레인스토밍 과정, 장부를 마감하는 회계 부서의 열띤 분위기, 스펀지 큐브로 가득 찬 사무실 공간, 천정에 매달려 있는 자전거들, 방문객을 위한 아이디어 방문증 등, 하나하나 열거하기에는 벅찬 아이디어가 책 속에 있다.
자율에 맡길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가.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고, 복장이 자유롭고, 회의 분위기가 자유롭고, 사무실 분위기나 근무 태도가 자유롭다고 해서 모두 IDEO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문서 정리에 연연하거나, 상사에게 끊임없이 보고하는 것으로 일과를 탕진(!)하거나, 지각에 대한 잔소리에 잔뜩 기죽어 ‘열심히 일하고 있음’을 티내며 눈가림에 급급하거나, 매일 매일 무엇을 했는지 일과 보고를 쓰며 ‘놀지 않았음’을 강조해야 하는 회사라면… 역시 곤란하겠다.
책 속 구절 :
오전 11시. 들끓던 혼란은 가라앉기 시작했고 숱한 아이디어와 스케치 속에 빛나는 아이디어들이 벽을 잔뜩 메웠다. 우리는 멋진 아이디어에 투표했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너무 파격적이어서는 곤란했는데, 이유는 이틀 안에 제품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자신들이 좋아하는 아이디어에 밝은 색의 포스트 잇 메모지를 붙였다. 최고의 컨셉 둘레에는 포스트 잇 꽃송이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점심으로 피자를 먹으면서 팀장들은 컨셉과 그룹의 투표 상황을 다시 살펴보고, 어떤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시제품을 만들지 결정했다. 의사 결정이 지체되면 아무리 신속한 개발 팀장일지라고 시장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점심 식사가 끝날 때까지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야 했다.
우리는 네 팀으로 나뉘어졌고 각 팀에게는 실물 크기의 모형을 만드는 데 세 시간이 주어졌다. 이 네 팀은 쇼핑 편의, 안전, 계산, 물건 찾기 등 네 가지 컨셉에 집중하기로 했다.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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