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민음사)
이 책은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네루다가 쓴 “우편 배달부”라는 작품이 아니라, 안토니오 스카르메타라는 생소한 작가가 쓴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라는 소설이다. 10년 전쯤 본 ‘일 포스티노’라는 영화의 원작이기도 하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무척 아름답고, 따뜻하면서도 쓸쓸한 소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로 거론이 될 만큼 유명한 시인 네루다(실제로, 소설의 중간부분 이후, 1971년에 상을 받는다)가 칠레의 작은 마을 이슬라 네그라에 머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의 우편물만을 배달하는 배달부가 필요했고, 마리오라는 청년이 그 일을 맡게 된다. 온 국민의 자랑인 네루다는 보잘 것 없는 시골 청년 마리오에게 ‘메타포’를 가르치고, 마리오는 아름다운 어촌에서, 눈부신 베아트리스를 향해 ‘메타포’와 ‘시’를 쏟아낸다. 책 전반에 걸쳐 베아트리스를 향한 마리오의 사랑보다 네루다-마리오의 우정이 더 감동적으로 표현되며, 여유롭고 너그러운 네루다와 철없고 맹목적인 젊은이 마리오의 논쟁이 무척 인상적이다.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늙고 병든 네루다는 죽고, 아무런 영광도 없는 무명 시인 마리오는 사라지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다 읽고 나면, (우리나라 송정해수욕장과 비슷하다는) 칠레의 이슬라 네그라가 눈에 아른거리고, 아직 네루다를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를 사서 읽고 싶을 것이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일 포스티노"가 궁금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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