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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코드 훔치기 : 한 저널리스트의 21세기 산책

by mariannne 2006. 3. 19.


코드 훔치기 : 한 저널리스트의 21세기 산책
(고종석 지음 ㅣ 마음산책)

21세기 전망, 또는 모색

저널리스트 고종석은 21세기를 전망하는 “모색21”를 엮으면서, 100년 후 누군가가 “모색22”라는 기사를 쓴다면 있다면 ‘선배 저널리스트의 우둔과 경박을 놀라워하고 즐거워할 것’(p.14)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럴리보다는,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이 자신의 ‘무지와 통찰력 없음’을 민망해 할 것 같다. 어떤 장(章, chapter)은 두 번씩 읽어야 겨우 그 전체적 의미를 이해할 수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나에게 ‘진지한 고민’을 종용하는 주제를 다루었기 때문에 때문에 읽는 즐거움을 준다.

“코드 훔치기”는 한국일보 논설위원인 저자가 1999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일보에 연재한 주간 기획물 ‘모색 21-전환기의 이념과 사상’을 엮은 책이며, 저자는 “모색은 부분적으로 전망이다. 모색이 일반적 전망과 다른 것은 그 속에 의지나 욕망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에 스며든 의지나 욕망은 무엇인가. 그는 사라진 유토피아와 연대의 열망을 얘기하며 ‘사회주의의 미래’를 예견하고, 여성 해방의 여정을 그리며 ‘세상의 절반’인 그녀들을 당연스레 편들고, 금지된 사랑이라는 동성애를 옹호한다. 세계화와 이언어(二言語)병용시대의 임박을,  동시적(同時的) 가족의 가능성을,  전자  직접민주주의의 시대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는 또 마리화나의 허용 여부와 생명공학의 발달, ‘삶의 존엄과 죽음의 위엄 사이에서 파닥거’(p.288)리는 안락사 같은 예민한 주제의 문제도 제기하지만, 늘 분명한 결론을 말하지 않는데, 모든 것은 ‘21세기에 접어들며 진지하게 논의해 봐야 하는’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남은 건, 20세기보다 21세기를 더 많이 살아가야 하는 선량한 시민(citoyen du monde)들이 고민하고 내려야 할 결론일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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