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도난마 한국경제: 장하준·정승일의 격정대화
장하준,정승일 저/이종태 편 | 부키
부제는 ‘장하준•정승일의 격정대화’지만 ‘격정대화’라기 보다는 ‘걱정대화’에 가깝다. “그 나쁜 재벌 체제에 매우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분명히 ‘보수’적인 사람들인데, 또 난데없이 노조 편을 드는 이야기도 하는 것을 보면 조금은 ‘진보’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정부 개입을 적극 옹호하는 것을 보면 박정희를 찬양하는 ‘수구’임에 틀림없는데, 또 자본 시장 자유화에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것을 보면 ‘극좌 민주주의자’가 아닌가 싶기도 한”(p.4) 두 사람이 한국 경제 위기에 대한 이유를 잘못 진단하는 많은 무리들을 걱정하고, 따라서 또 그릇된 정책을 펼칠까 걱정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장하준, 정승일 박사는 누가 누구랄 것 없이 생각하는 바가 비슷하여 서로 이견이 없고, 이종태 기자 역시 이에 대해 적절한 질문을 제시하고, 깔끔하게 내용을 정리하는 정도로 대화를 개입하여 책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몇 번씩이나 반론을 제기하고 싶은 마음에 들게 만들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들의 새로운 시각과 논리 정연한 주장에 감탄을 하고 또 동조마저 하게 될 것 같다.
조정래 선생은 “당신은 사상적으로 성분적으로 무슨 주의자냐”고 묻는 이들에게 “굳이 그렇게 분류하고 싶다면, 정의와 진실을 실현시키고자 하니까 진보주의자고, 민족적 자존을 지키고자 하니까 민족주의자고, 그 어떤 간섭이나 억압 없이 예술창작을 하고자 하니까 자유주의자다”라고 대답하며 “이런 분류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누구나 홀로 선 나무" 중에서)라고 말했다. 이 책의 저자들 역시 박정희 체제가 민족주의적 정부냐, 사회주의냐, 자유주의냐를 획일적으로 규정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어쨌든 ‘경제 개발에 관한 한 박정희가 성공했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그가 시장 주도형이 아닌 국가 주도형 경제 개발 노선을 선택했기 때문’(p.46)이라고 말한다. 즉, ‘외환 위기 이래 발생한 일련의 경제적 문제가 박정희의 경제 개발 노선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박정희 때문’이라고 진단해 버’(p.87)리는 바람에 ‘가령 독재자인 박정희가 시장주의와 거리를 뒀기 때문에 시장주의를 민주주의로 착각하고 고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p.87)하며 ‘우리 시민 사회가 과거에 대한 진단에서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인 문제’(p.87)라고 말하는 것이다. ‘경제 개혁을 추진한 결과 어처구니없게도 한국의 경제 종속은 더 심화’(p.42)되었고, ‘주주와 경영자들이 야합해 노동자들을 등치는 체제’(p.142)인 주주자본주의는 가진자를 위한 것인데도 개혁 세력들은 열광하고 있으며, ‘선진국들과 해외의 거대 자본이 불어넣은 솔깃한 말에 휘둘려 우리끼리 꼭두각시 놀음을 하고 있는’(p.142) 작금의 상황. 이 모든 것들이 ‘과거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에서 기인’한다는 주장이다.
이쯤이면 이들의 생각과 논리와 근거가 궁금하지 않은가. 동조하건, 그렇지 않건 말이다. 그리고 어느 부분에서는 긍정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 수 많은 질문이 터져나올 수 있다. 이를 위해 2, 3권의 시리즈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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