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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회·정치·역사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by mariannne 2023. 1. 30.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 저수지를 찾아라 
주진우 저 | 푸른숲 | 2017년 08월

제목 그대로, "주진우 기자의 이명박 추격" 여정을 쓴 것이다. 시사IN기자 주진우는 소송당할 기사만 써낸다는 '소송전문기자'로, 100여 차례 고소, 고발을 당했지만 모두 이겨 '아직까지는' 감옥에 가지 않았다는 희안한 남자다. 이명박 주위의 사람들이 여럿 비명횡사해도, 이명박을 캐다가는 갑자기 저수지에서 발견될거라는 경고를 수 차례 들어도 그게 무섭지도 않은지, 여전히 그는 '오직 한 사람', 이명박만 쫓고 있다.  

이명박의 권력과 돈 덕분에 사람들은 이명박을 두려워 하고, 취재 대상들은 결정적인 장면에서 입을 꼭 다물거나, 사라지거나, 저수지에서 주검으로 발견된다. 주진우 기자는, 이명박에 대해 '그는 부패의 정수리이자 비리의 핵이다. 그러니까 재물, 탐욕, 부정의 화신, 맘몬, 돈의 마귀'라고 한다. "전두환이 대통령 자리에 앉아 만든 비자금은 조 단위가 넘는다고 생각한다. 이때까지 그가 내지 않고 버티고 있는 추징금 액수만도 2천억 원"(p.126)이라고는 하지만, "전두환이 대단하다고 해도 역시 최고수는 이명박"(p.127)인 것이다. 주진우 기자의 꿈은, 이명박의 비자금 저수지를 찾고, 이명박이 구속되고, 부정 축재한 돈을 국민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 성인 한 명당 통장에 1천만 원씩 넣어줄 수 있는 돈으로, 결국 이명박의 공약인 "국민들을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는 것을 실현시켜 주는 것, 그것이다. 24시간이 모자란 이 사람의 주진우 기자의 활동기,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책 속 구절 : 
언론이 비호하고 검찰에서 보호해서 그렇지 이명박 집안은 명문가다. 범죄 쪽에서.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다. 본인이 전과 14범(나는 이명박의 전과를 조회하지는 않았다. 그랬다가는 감방 간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가 '이명박 후보는 전과 14범'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후보 측에서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가족과 지인들의 전과 및 범죄 혐의 자체가 워낙 화려하다. 가족들 이야기만 모아도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 영화를 만들 수도 있을 정도다. 픽션 없이 시나리와 완성이 가능하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서래공원의 그린벨트를 풀어 건물을 올렷으니, 얼마나 창의적인가? 이러고도 조사 한 번 안 받았다니, 얼마나 대단한가? 이 소식을 기사로 쓴 나만 경찰 조사를 받았으니, 얼마나 놀라운가? 

이명박 정부 말기에 대통령 친, 인척 비리 사건에 대한 기사를 썼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도덕성을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가족애'로 뭉친 그들은 돈이 되는 일에는 지독하게 성실했다. 그런데도 이명박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말한다. 이명박 집안의 재산 규모는 웬만한 재벌들에게 뒤지지 않을 것이다. 확신한다. 확실하다. 이들의 부는 이명박의 공직 생활과 맞물려 급증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땅을 사면 그곳이 개발되고, 뉴타운이 들어서고, 보금자리 주택이 건절됐다. (p.80~81) 

다시 내곡동으로 돌아가자. 

내곡동 땅에 대한 이명박의 꼼수를 알아챈 건 천우신조였다. 이명박의 총애를 받던 경기지방경찰청과 내곡동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서울과 경기도 경계에 있는 식당이었다. 밥을 먹는데 부대를 이전한다는 둥, 이건 아니라는 둥 옆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군 장성들 여럿이 밥을 먹으며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었다. 

다음 날, 다시 식당을 찾았다. 식당 주인은 신나서 이야기했다. "예비군 훈련장을 급히 옮긴대. 이명박 쪽에서 이사 온다나. 그린벨트도 풀리고 테니스장도 생기고, 이제 이 동네가 뜬대."

내 귀가 이야기를 빨아들였고 뇌 속 이명박 섹터로 가는 시냅스가 맹렬히 움직였다. '이명박이 사저를 내곡동에 짓는 목적은 군사 보호시설을 옮기고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그 일대를 개발하려는 거구나. 그래서 이 동네 땅을 사들였구나.'

사저 예정지는 그린벨트 사이에 끼어 있는 한정식 집 수향이 있던 자리다. 사저 옆 경호동은 무조건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지어야 한다. 사저 뒤편은 바로 예비군 훈련장이다. 예비군 훈련장이 이전하지 않으면 주택지구로서 가치가 별로 없다. 이것까지 이명박이 생각하지 않았을 리 없다. 사저기 들어선다면 그린벨트를 풀고 집을 지어야 하는데 대통령이라고 그린벨트에 집을 지어도 된다는 법은 없다. 퇴임하면서까지 해 먹으려는 권력형 땅 투기다. 명백한 투기. 물론 이명박은 투자라고 하겠지만. [중략]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기어이 내곡동 인근 수서에 민자 역사가 들어섰다. 철도 민영화는 실패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민자 철도 SRT가 쌩썡 달리고 있다. 이제는 다시 코레일과 합병한다나 뭐라나. 수서역 주변 그린벨트에는 상업 시설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있다. 내곡동, 세곡동, 양재동 등지에는 보금자리 주택이 들어섰고 그린벨트의 상당 부분에 아파트와 상업 시설이 자리 잡았다.  (p.97~100) 

2011년 농협 전산망이 마비되는 사고가 있었다. 은행 역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기록을 지웠다는 둥, 일부러 전산망을 껐다는 둥 말이 많았다. 대규모 송금이 있었다는, 이명박의 돈이 빠져나간 행방을 지웠다는 소문이 농협 주변에 무성했다. 얼마 후 수사에 나섰던 검찰은 "농협 전산망 마비 사고는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된다"라고 발표했다. 한 치의 예상도 빗나가지 않았다. 북한 없으면 어쩌려고 했는지....... 없애고 지워도, 찾으러 가야 한다. 전진해야 한다.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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