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사회·정치·역사

달려라 정봉주

mariannne 2011. 12. 22. 12:46

달려라 정봉주: 나는 꼼수다 2라운드 쌩토크 : 더 가벼운 정치로 공중부양
정봉주 저 | 왕의서재

서울특별시 노원구 공릉동과 월계동을 지역기반으로 한 17대 국회의원 정봉주의 정치 인생 이야기다. 최근 발간된 나꼼수 다른 멤버들의 책과 비교하자면 좀 덜 흥미로운데, 정봉주 개인의 인기 때문에 눈길을 끌지만 내용으로 보면 이참에 책을 내기 위해 콘텐트를 부지런히 긁어모은듯한 느낌이다. 뭐 그렇다고 그게 나쁜 건 아니다.

이 책에는 나꼼수 히스토리와 정봉주 개인의 정치 인생 등이 시간순서와 상관없이 섞여 있고, 밉지 않은 자기자랑이 많은데, 캐릭터가 확실하기 때문에 거슬리지는 않는다. 그가 처음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 보좌관이나 비서관 등 함께 할 사람들과의 상견례에서 “너무 잘하라고 하지 말고 저 일하는 만큼만 하세요.”라고 했다가 ‘정말 재수 없는 상견례’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한 여자 보좌관이 메신저로 지인에게“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다닐 수밖에 없지만 너무 재수 없다”는 말을 쓴 것도 목격했단다. 하지만 그는 알게될수록 진정성이 느껴지는 사람이고, 응원을 해주고 싶은 정치인이다.

책 후반부에 BBK 사건과 관련한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는데, 마침 오늘 정 전 의원의 이명박 대통령 BBK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고 그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대통령 스스로 2000년 광운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 강연에서 "금년 1월 달에 BBK라는 투자 자문회사를 설립을 하고..."고 말하는, 비록 주어는 없지만, 어엿한 동영상이 유튜브에 떠돌아다니는데 말이다. 제목처럼 그가 계속 달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책 속 구절: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당선증과 국회의원 배지 등을 받으라는 통보를 받고 물어물어 국회 본청에 갔다. 지하 사무실 어디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무실에 들러 어느 지역 누구라고 말한 다음 배급되는 물품들을 받았는데 양이 좀 많았다. 제대로 챙기질 못하고 허둥대니 담당 직원이 살짝 짜증이 났던가 보다.
지금은 치명적 매력이 온몸에 흐르지만 그때만 해도 조금 뺀질거리게 생긴 데다 깍쟁이 같은 이미지 때문에 첫인상을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늘 당하는 대접이니 신경 쓰지 않았다. 당선된 의원 이름을 쓰고 물품을 받았다는 확인증을 써야 해서 내 이름을 썼다. 그랬더니 “당선된 의원 이름 말고 온 사람, 당신 이름을 쓰세요”하며 살짝 신경질을 냈다. “제가 당선된 사람인데요” 했더니 별안간 빛의 속도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를 했다. 몰라 봬서 죄송하다며. 죄송할 게 뭐 있겠는가. 국회의원이라고 명찰을 달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아무튼, 급친절 모드로 달라지기에 신분상승의 느낌을 받긴 받았다. 기분?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말아. (p.82~83)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고리타분하고 진부한 학문적 분석은 필요치 않다. 현실 정치에서 보수는 욕망에 호소하고 진보는 가치를 지향한다. 정치는 분명 가치여야 한다. 이게 상식이다. 하지만 도식이 변하지 않으면 가치에 대한 호소는 절대로 욕망충족욕구를 이길 수 없다. 이 도식을 깨야 한다. 진보가 이기는 구도로 가기 위해서는 진보가 먼저 변해야 한다. 자신들만 깨어 있다는 알량한 생각을 깨고 갇혀 있는 진보의 도그마도 깨고 낮은 자세로 임해야 산다. 진보가 살아야 국민 다수가 편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 (p.169~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