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사회·정치·역사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mariannne
2010. 7. 18. 11:59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 B급 좌파 김규항이 말하는 진보와 영성
김규항, 지승호 지음 | 알마 | 2010-03-26
내가 김규항 선생을 더 좋아하게 된 건, 그의 블로그에 올라온 "진보란 무엇인가"라는 글 때문인데(물론 그 포스트 하나 때문 만은 아니지만), 당시 왜 촛불을 든 사람들이 무섭게 느껴졌는지에 대해 더 명확한 해답이 이 책에 있었다. - 그는 “내 밖의 적과 싸우는 일을 혁명이라 하고, 내 안의 적과 싸우는 일을 영성”이라 말하면서, ‘역사 속에서 혁명과 영성의 편향은 번갈아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그 때문에 “하루에 30분도 기도하지 않는 혁명가가 만들 세상은 위험하며, 혁명을 도외시하는 영성가가 얻을 수 있는 건 제 심리적 평온뿐”이라고 말한다. (p.205) - 더 구체적으로는 이런 것이다. - “… 변혁 운동이나 급진적인 좌파들을 보면 영성의 결핍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에 대해 절감하죠. 세상을 바꾸자는 사람들이 더 자유롭고 충만하게 살자는 얘긴데, 정작 운동하는 사람들이 너무 사납고 강퍅하고 메말라 있어요. 레디앙 같은 매체의 덧글들을 보세요. 좌파라는 사람들의 내면에 지옥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잖아요.” (p.214) - 말하자면, 촛불을 뜬 여중생이 무서운 게 아니라, '본질적인 싸움을 회피하면서 진보연然'하려는 혐의'가 보이는 '진보적 인텔리'가 무서웠던 것이다. 그들은 얼마나 논리적이고 비판적인지 모른다. 하지만 '순결'에 가깝도록 '불온'한 이 책의 저자는 '쥐박이 물러나라'고 외치면서 자정쯤 되어 아이에게 전화해서 '학원 다녀왔는지'를 확인하는 한계를 지적한다.
'세상의 모든 정치적 입장은 자신과 다른 정치적 입장에 일정한 혐오를 갖게 된다. 오른쪽은 지나친 현실주의라 혐오스럽고, 왼편은 지나친 이상주의라 혐오스러운 것이다'(p.134)는 그의 말이 맞다. '지나친 이상주의'에 대한 혐오를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그는 '한겨레21' 800호 특집 조사에 따르면 노회찬, 진중권, 홍세화 선생 사이에서도 '가장 왼쪽의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지식인'이고,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불온함'을 전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진보에 대한 온갖 우문에 대해 많은 현답을 주고 있어 좋은 책이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