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비소설

슬픔도 오리지널이 있다

mariannne 2002. 11. 12. 18:34

슬픔도 오리지널이 있다
(신현림 | 동아일보사)


오래 전 “나의 아름다운 창”을 샀을 때, 기쁜 마음에 급하게 읽어 내리려다 체해버렸다. 그건, 그렇게 읽으면 안 되는 거였다. 마음이 바닥까지 우울한 날, 삶의 스트레스로 지쳐버린 날… 조금씩 조금씩 읽어내려야 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피곤한 날, 신현림의 에세이는 상당히 즐거운 위로가 된다.

“슬픔도 오리지널이 된다”와 함께 소설집 하나를 가져왔는데, 이전의 실수를 깜박 잊고, 소설집 읽듯이 신현림의 에세이를 줄줄 읽어내리다가 또 한 번 책을 집어 던졌다. 사진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더욱 심심한 책이었다. 며칠 후, 다시 책을 집었을 때, 옛날 생각이 났다. 천천히, 꼭꼭 씹어 읽으니 기분이 좋았다. 시인답게 간결한 문체가 마음에 든다. 사진과 시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 좋은 책이 되겠다. 몇 년 후에 다시 보면 새로운 느낌으로 대할 수 있는 책이다.

책 속 구절 :
벌써 10월도 가고, 11월이다. 세월. 문득 위를 돌아보니 그 많은 세월은 풍선껌처럼 부풀어오르닥 한 군가 푹 꺼지는 것. 나 자신도 그냥 푹 꺼져가고 스쳐가는 존재라 생각하니 갑자기 스산해진다. 그래도 욕심을 버리면 비바람처럼 살다 가는 것도 괜찮다면 괜찮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