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비소설

길에서 만나다

mariannne 2003. 6. 29. 18:17

길에서 만나다
(조병준 | 디자인하우스)

누군가를 기다리며 이 책을 읽었다. 기다리는 게 몹시도 행복한 일인 것 처럼 느껴졌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세상을 살면서 사람을 기다리는 것만큼 짜증스럽고 시간이 아까운 일이 또 없지마는 갑자기 '기다림'이라는 게 한없이 소중한 게 되어 버렸다. 그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책 속으로 빠져들었고, 현실과 책 속의 세상이 오버랩되며 한없이 마음이 따뜻해졌다. 짜증이 다 뭐고 조급함이 다 뭘까... PAPER라는 잡지를 통해 알게 된 조병준이라는 사람은 늘 착한 마음만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미없음. 그 사람 글은 뻔할꺼야... 그렇게 생각했다. 역시 그랬다. 하지만 재미없지 않았다. 이를테면 '느림'이나 '삶의 여유', '인생의 정수' 따위를 느끼게 해준달까. 그의 문체가 어쨌건, 중요한 설명을 건너뛰기 일쑤인 툭툭 끊어지는 내용이 어쨌건... 참 좋은 책 한 권을 읽어 뿌듯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