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알파
리뷰만을 믿고 이 만화를 샀다. 행복, 따스함, 잔잔함, 아름다움, 향기… 이 만화의 리뷰에는 이런 단어들이 등장하며 모두들 칭찬 일색인데, 동네 대여점에서는 찾을 수 없어 대형 서점에서 몇 권 구입을 해 버렸다. 집에 가져와 처음 몇 장을 읽으면서 왠지 허무한 느낌이 들었는데, 두 권을 내리 읽을 때까지 계속 같은 느낌이었다. 무슨 만화인지 도통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이 만화는 만화방에 죽치고 앉아 읽거나 학교, 지하철 같은 번잡스러운 곳에서 보면 그 느낌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할 것 같다. 흠… 약속이 없어 온전히 휴식할 수 있는 일요일, 괜히 일찍 잠이 깼을 때,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에서 좋아하는 차를 마시면서 읽으면 좋으려나. 어쨌든 두 번, 세 번 읽으니 그 묘한 매력을 알 것도 같다.
미래의 어느 시대.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은 - 외모는 물론, 생각하는 것까지.. - 로보트 알파가 멀리 떠나간 주인을 대신하여 카페를 지키고 있다. 주위 이웃들은 착하고 친절하며 바르고 고운 생각만을 한다. 왠지 지루한 일상이지만 장면 하나하나에 진지함이 녹아 있는 만화다.
어느 날, 주인이 보내온 사진기를 들고 뭔가를 찍기 위해 길을 나선 알파. 결국 하루 종일 아무것도 찍지 못하고 카페로 돌아오면서 이렇게 얘기한다. “좋은 그림은 세상 가득 있다. 하지만 이제 난 한 장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오늘은 그것만 찍으면 좋겠다고… 북쪽의 몰락 – 이곳에서부터의 석양으로 정했다. 외딴섬의 실루엣과 바닷가에 줄지어 늘어선 불빛들. 다음, 일순 스쳐지나가는 연보랏빛 필터… 결국 찍지 못했다. 왠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한동안은 음미할 수 있겠다. 오늘은 결국 카메라에 끌려 다니기만 한 것 같다. ‘찍어야지!’라고 했을 때 찍을 수 없었던 건, 그것이 진실이었을지도 모른다.” - 이런 느낌의 만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