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경영·경제

프리에이전트의 시대가 오고있다

mariannne 2004. 5. 16. 20:47

프리에이전트의 시대가 오고있다
(다니엘 핑크 저 | 에코리브르)

아침마다 한 시간 씩 교통지옥을 헤매고 출근하여 하루 종일 격무에 시달리는 직장인이라면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나는 무엇을 위하여 일하고 있는 것일까? 돈? 명예? 자아 실현? 내가 과연 뼈빠지게 고생한 만큼의 대가를 받고 있는 것일까? 누구 좋으라구 이 짓을 하는 거지?

이 책에서 말하는 프리 에이전트의 유형은 단독업자(프리랜서), 임시직, 그리고 초소형 사업체 등 세 가지다. 이들은 위의 ‘조직인간’과는 달리 여유 있는 아침을 맞이하고 언제든지 우아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으며, 필요하면 스타벅스에서 미팅하고 킨코스에서 문서를 정리한다. 조직인간과는 달리 ‘재능’을 중요시하고 매우 정서적이기까지 한 이 집단은 그 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며, 얼마 후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프리 에이전트이고, 또 이를 선호하게 될 것이다. 단, 건강 보험, 세금, 구역 설정의 문제가 해결되고, 프리 에이전트의 한 유형이지만, 조금은 소외된 계층인 ‘임시직과 계약직’의 처우만 개선된다면.

회사의 수명은 짧아지는데 개인의 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노년층 비율이 더욱 늘어나니, 아마도 지금의 젊은이들은 아주 많은 나이가 될 때까지 일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이제 회사만 믿고 평생을 충성하겠다는 사람은 아주 드물겠지만, 그렇다고 조직 인간이기를 포기하며 ‘프리 에이전트’를 선언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재능은 넘쳐나는데 도저히 회사에 갖다 바치기가 아까운 사람, 어쩔 수 없이 프리랜서가 되어야 하는 직종에 있는 사람, 조직에 적응하기 싫거나 얽매이기 싫은 보헤미안, 아니면 뜻하지 않게 회사를 떠나거나, 이후 계약직을 전전하게 된 사람…?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저자가 말한 것처럼, 지금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가 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프리 에이전트’가 긍정적이며, 멋지고, 이상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불안한 세상에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게 ‘조직’에 편승해 있다는 사실이고, 그래야만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수 많은 샐러리맨에게 이 책이 위안이 될 수 있을까? 방대한 자료와 꼼꼼한 조사, 치밀한 분석으로 공들여 쓴 책답게 고개가 끄덕여지고, 솔깃한 부분도 많지만, ‘프리 에이전트’가 주류 세력이 되는 날은 아주 먼 미래일 것 같다. 다시 산업 사회 이전의 과거로 돌아갈 순 없으니 말이다.

책 속 구절 :
오늘날 대학 졸업반 학생이 입사 면접을 본다고 상상해보자. 면접관이 “5년 후에 어디에 있으리라고 생각합니까?”라고 물었다고 치자. 그런데 그 구직자가 이렇게 응답했다고 해보자. “5년이 다 뭡니까, 한 25년은 돼야겠죠. 저는 그때도 바로 여기 이 회사에 있을 것이고, 이 회사를 위해 여전히 일하고 있을 걸요. 회사에 아주 뼈를 묻을 생각입니다.” 이 대답이야말로 면접에 떨어지고도 남을 가장 완벽한 답변이다. 심지어 면접관 자신도 회사 정책에 시달려 녹초가 되어 있을 것이고, 쫓겨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이고, 다 때려치우고 독립이나 할까 숙고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사람도 회사에 5년 이상 있게 될지 모르는 마당에, 우리가 왜 그래야 하는가? 더군다나 그 회사가 앞으로 5년 후에도 여전히 살아남아 있으리라고 누가 장담한단 말인가? 제품 생산 주기는 짧아지고 있으며, 회사의 반감기는 줄어들고 있고, 시장의 시간은 이제 월 단위 때로는 주 단위로 계산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