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비소설

유럽 카페 산책

mariannne 2006. 3. 31. 19:07


유럽 카페 산책
: 사교와 놀이 그리고 담론의 멋스러운 풍경
(이광주 지음 | 열대림)

저자는 “자유롭게 열린 도시를 갖지 못하고 찻잔이 놓인 자리를 ‘넓은 것에는 마땅하지 않다’며 다석(茶席)에 7~8인이 넘으면 ‘잡스럽다’ 하여 기피한 우리의 전통사회에서 다관, 다정 문화를 어떻게 바랄 수 있었을까.”(p.13~14)라며 애석해하고, ‘신분이나 성별, 연령으로부터도 자유로이 담론과 사교를 즐길 수 있는 도시’, ‘자유롭고 열린 근대적인’(p.13) 유럽의 도시를 칭송한다. 17~18세기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이스탄불로부터 시작된 유럽 카페는 서너 시간은 기본으로 죽치고 앉아 있을 수 있는 열린 ‘사교와 담론’의 장이며 보헤미안과 지성, 문화, 예술의 천국이니까. 카페 플로르 주인의 다음 회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 “1942년경 문을 열면 정오까지 그리고 오후부터 폐점 때까지 플로르에 찾아오는 신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한 여성과 자주 왔습니다… (중략) 두 사람은 오후에는 2층으로 자리를 옮겨 언제나 방대한 자료를 펼치고 쉴새없이 글을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몇 달 동안이나 그들의 이름을 몰랐습니다. 어느 날 사르트르 씨에게 전화가 걸려올 때까지는.”(p.83~84)

이 책은 파리, 베네치아, 로마, 런던, 빈, 베를린, 프라하, 부다페스트 등 유럽의 낭만적 카페 문화의 유래, 그리고 역사적으로 유명한 카페를 소개한다. 흥미진진하고 가벼워질 수도 있는 소재지만, 유럽의 역사와 문화, 역사 속 예술인을 중심으로 진중하게 쓰여졌다. 테이크아웃 에스프레소 커피 전문점 문화 역시 수십, 수백년이 흐른 후, 21세기에 무척이나 어울리는 문화와 예술의 향기로 추억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