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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회·정치·역사

분노하라

by mariannne 2011. 8. 17.

분노하라 (Indignez-vous!)
스테판 에셀 지음 | 돌베개

‘남들보다 훨씬 오래 살다 보니 분노할 이유들이 끊임없이 생겨났다’(p.18)는 저자 스테판 에셀은 1917년 생, 우리나이로 올해(2011년) 95세다. 그는 ‘자유 프랑스’(Forces françaises libres, 샤를 드골이 이끈 프랑스 해방운동)의 레지스탕스였고, 유대인 강제수용소에 갇혀 있다가 전쟁이 끝난 후 외교관으로 활동하면서 유엔 세계 인권 선언문 초안 작성에 참여했고,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 유엔 인권위원회 프랑스 대표 등을 역임한 바 있는 인물. 책의 분량은 서른 페이지 남짓(책의 본 내용보다 저자와의 인터뷰, 추천사, 역자의 글이 더 긴 책으로 모두 합쳐 80페이지가 조금 넘는다)으로, 책 한 권 치곤 너무 적은 분량이지만 이 책이 주는 무게감은 저자의 나이만큼이나 상당하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주위에 분노를 정당화하는 주제들-이민자, 불법체류자, 집시들을 이 나라가 어떻게 취급했는지 등등-이 있는지 둘러보고, ‘강력한 시민 행동’을 하라고 촉구한다. ‘대량 소비, 약자에 대한 멸시, 문화에 대한 경시, 일반화된 망각증, 만인의 만인에 대한 지나친 경쟁만을 앞날의 지평으로 제시하는 대중 언론매체’(p.39)에 맞서야 할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그의 메시지를 귀담아 듣는 게 좋겠다. 왜? 분노할 일 천지의 세상이니까.

책 속 구절:
오늘날 우리에게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것이 이러한 원칙과 가치들이다. 우리가 몸담고 사는 사회가 자랑스러운 사회일 수 있도록 그 원칙과 가치들을 다 같이 지켜가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이른바 ‘불법체류자’들을 차별하는 사회, 이민자들을 의심하고 추방하는 사회, 퇴직연금제도와 사회보장제도의 기존 성과를 새삼 문제 삼는 사회, 언론 매체가 부자들에게 장악된 사회, 결코 이런 사회가 되지 않도록. 만일 우리가 전국 레지스탕스 평의회의 진정한 후예였다면, 이런 모든 일들에 암묵적인 찬동자가 되기를 단연코 거부했으련만……. 
[…] 레지스탕스의 개혁안이 명시한 바는 ‘모든 시민에게, 그들이 노동을 통해 스스로 살길을 확보할 수 없는 어떤 경우에도 생존 방도를 보장해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회보장제도의 완벽한 구축, 늙고 병든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삶을 마칠 수 있게 해주는 퇴직연금제도’였다. (p.10~11)

이런 우리에게 혹자는 말한다. 시민을 위해 이런저런 조치들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을 국가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그러나 프랑스 해방–유럽이 파산 상태였던 시기–이래로 창출되는 부의 양은 괄목할 만큼 증가했는데도 이제 와서 그간 얻은 성과를 유지하고 이어나갈 돈은 부족하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만약 그럴 돈이 부족하다고 강변한다면 그건 아마도, 이젠 국가의 최고 영역까지 금권의 충복들이 장악한 상태에서 레지스탕스가 투쟁 대상으로 삼았던 금권이 전에 없이 이기적이고 거대하고 오만방자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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