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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인생의 베일

by mariannne 2011. 6. 6.


인생의 베일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싯 몸 지음 | 민음사 | 원서 : The Painted Veil

다른 사람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관찰과 판단력, 어느 정도 깊이의 이해와 통찰이 필요한 걸까? 그리고 몇 겹의 베일을 벗겨 내야 그 사람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는 걸까? 내가 아는 어떤 작가는, “근데 정말 이상한 건, 평소에 내가 ‘저 사람 진짜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나에게 ‘세상에 진짜 이상한 사람 많더라’며 하소연할 때”라는 말을 했고, 나는 그 말에 공감했다. 한 발 떨어져 멀리에서 보면 너무나도 당연하고 뻔한 사실이 직접 자기 앞에 닥치면 왜 그렇게 특별하고 복잡하고 많은 양해와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을 필요로 하는지… 인간에게는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만이 가장 큰 어려움이고, 자기 사랑만이 유일하게 순수하고 고귀한 법이다. 이 책의 주인공 키티도 그랬다. 그녀는 자기보다 어린 여동생이 먼저 결혼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서둘러 결혼을 하고 영국을 떠나 홍콩으로 이주했고, 지루한 날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랑’이라는 달콤한 말을 던지며 나타난 유부남 찰스 타운센드에게 빠져든다. 그야말로 누가 봐도 ‘달콤한 유혹의 언어’를 속삭이고 있을 뿐인 그 남자는 당연하게도 키티를 감당할 수 없었다. ‘당신 따위가 우리의 위대한 사랑을 어떻게 이해하겠나’고 생각했던 그 ‘당신’이라는 남편은 끝까지 키티의 옆에 있게 되고, ‘우리의 위대한 사랑’의 상대인 찰스는 곧 비열하게 그녀의 곁을 떠난다.

서머싯 모옴의 이 소설은 “페인티드 베일”을 비롯한 몇 편 영화의 원작이 된다. 주인공 키티는 콜레라가 창궐한 오지로 가서 죽음과 싸우는 사람들을 보며 인생의 깨달음을 얻게 되는데, 그걸로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남편은 콜레라로 죽고, 다시 그녀 앞에 찰스가 나타난다. 중요한 것을 알지 못하는 키티의 그 부박한 영혼은 이제 어떤 결정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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