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1, 2 | 원제 サウスバウンド
(오쿠다 히데오 지음 | 은행나무)
아,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다. 누군가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아멜리 노통브의 "살인자의 건강법"을 읽으며, 입사 이후 처음으로 회사가 더 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는데, 내 경우엔 이 책이 그랬다. '어린이'나 '시골' 중심의 소설은 당최 흥미가 없는데, 이 소설은 그 두 가지가 다 해당되지만 마음에 쏙 들었다. 역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다.
하교길에 만화 전문 헌책방에 들러 오래 전 인기 만화를 읽거나, 장난감 가게에서 중고 게임 소프트를 구경하는 평범한 초등학생, 우에하라 지로. 그러나 소년의 아버지는 '국민 연금이 국민의 의무라면 국민을 관두겠다'며 공무원과 싸우는 평범치 않은 인물이다. 매일 집에서 빈둥거리다가 '수학여행비가 너무 비싼 걸 보니, 학교와 여행사가 결탁해서 학부모에게 고액의 여행비를 거둬들인 것'이라며 다짜고짜 학교를 찾아가 교무실 문을 열고 '교장 있느냐'고 큰소리치는 정의의 사나이. 지로가 불량한 중학생에게 협박을 당하면서 인생의 큰 위기를 겪고 있을 때, "싸울지 도망칠지, 네 뱃심을 딱 정해"라는 말로 조언을 하다가 "쇠 파이프로 느닷없이 뒤통수를 내리치는 거. 머리는 만일의 때를 위해 아껴둬. 나라면 무릎 뒤쪽으로 노릴거다. 그곳은 단련할 도리가 없으니까 실로 허약하지. 잘 하면 건이 끊어져서 넉넉히 3개월은 지팡이 신세야."(1권, p.131)라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얘기를 한다. 젊었을 때는 '과격한 운동파'로 드라마틱한 각종 신화를 남겼지만 이제는 '이쪽파'도 '저쪽파'도 아닌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순수한 열정의 중년이 된 아버지는 시끄러운 사건에 휘말리자 도쿄를 떠나 가족을 데리고 남쪽의 작은 섬으로 이사를 한다. 1권은 도쿄 이야기, 2권은 남쪽 섬에서의 이야기로, 양쪽 다 재밌다.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은 이것으로 일곱 작품을 읽은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남쪽으로 튀어!, 인 더 풀, 마돈나, 걸 Girl, 공중그네, 면장선거, 내 인생, 니가 알아? 순으로 재밌게 읽었다. 굳이 나열하자면 그런 것이고, 모두 마음에 든다.
책 속 구절 :
"혁명은 운동으로는 안 일어나.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속으로 일으키는 것이라고!"
아버지가 부르짖었다. 점점 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집단은 어차피 집단이라고. 부르주아도 프롤레타리아도 집단이 되면 모두 다 똑같아. 권력을 탐하고 그것을 못 지켜서 안달이지!"
"이봐, 우에하라, 진정해!" 형사가 외쳤다.
"개인 단위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만이 참된 행복과 자유를 손에 넣는 거얏!" (p.327~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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