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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

by mariannne 2005. 3. 26.

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

(무라카미 하루키,가와이 하야오 저 | 문학사상사)

하야오가 누구인지 모르더라도 “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라는 제목에 ‘현대 일본을 대표하는 두 지성의 세대를 초월한 감성적, 이성적 대화’라는 카피만으로 마구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2004년 10월에 초판이라… 아직은 따끈따끈한 내용이겠군! –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약간 속은 느낌이다. 두 지성의 만남과 대화는 이미 10년 전, 1995년에 이루어진 거라니 말이다. 그 당시에도 이미 대단한 두 사람이었겠지만, 지금의 하루키와 10년 전 하루키는 몹시 다르지 않을까. 10년 전인데!

두 사람(하루키는 소설가이고, 하야오는 ‘융 학파’ 심리분석가로 모래놀이치료요법을 일본에 정착, 발전시킨 사람이란다)의 대화는 결혼이나 죽음 같은 개인적인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개인이 사회를 향해 커미트먼트 혹은 디태치먼트 한다는 것, 그리고 개성이란 무엇인지, 예술이란, 심리치료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두서 없이 이어진다. 눈 여겨 볼 만한 장면이 여럿 있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단 이틀 밤의 대화이고, 공인으로서의 대화이긴 하지만 사적인 느낌 역시 강하며(자신들의 견해를 표명했을 뿐, 책임을 질 순 없는 말들이다), 책 전반에 걸쳐 있는 ‘커미트먼트’와 ‘디태치먼트’라는 단어가 그 개념이 명확치 않은 상태에서 적당한 번역 없이 쓰여져 몹시 어수선하기 때문이다. 하루키 팬이라면 읽어볼 만 하지만, 짐작과는 좀 다른 책이라는 걸 미리 알고 보면 좋겠다.

책 속 구절 :
무라카미
저는 평소에는 그렇지 않지만, 소설을 쓸 때에는 죽은 사람의 힘을 매우 강하게 느낄 때가 있습니다. 소설을 쓰는 것은 저승으로 가는 감각과 매우 비슷합니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의 죽음을 미리 경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가와이 인간은 여러 가지 병을 앓고 있지만, 가장 근본에 있는 것은 결국 죽는다는 것입니다. 다른 동물들은 어던지 모르겠지만, 인간만은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매우 일직부터 알고 있으므로, 그 사실을 자신의 인생관 속에 받아들이고 살아나가야 합니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병을 앓는 것입니다.
이 점을 잊고 있는 사람은 마치 병들지 않은 듯이 살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죽음은 사실 줄곧 인생의 과제로 남아 있지요.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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