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시대

이건희 시대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이 책을 빌려준 사람은 “강준만이 이건희에 대해 처음에는 좋은 말을 하는 듯 하다가 뒤로 가면 심하게 깍아 내린다”고 했다. 어떤 이는 이 책을 읽으며 이건희 회장에 대한 지나친 긍정적 평가가 거슬린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강준만의 객관적인 시선을 높이 평가하기도 하는데, 전체적으로 ‘이건희’라는 개인에 대해서는 칭송을, ‘대한민국’과 ‘어쩔 수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해서는 그 무력함을 토로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 개인사(제1장 이건희는 누구인가?)와 경영관(제2장 이건희의 경영관, 제3장 이건희 리더십의 정체)에 이어 ‘삼성공화국’이라 일컫는 거대 제국(제4장 이건희의 나라)과 이 땅에서의 이건희(제5장 이건희와 한국 사회의 충돌)를 얘기하며 초반에는 이건희 회장의 비범함을 높이 평가하나 그의 초현실적인 권위와 무노조 경영(전투적 노동통제), 불법 세습 및 상속 문제에 이르면 예의 그 날카로운 시선이 등장하는 것이다. 결론에 이르러 저자는, ‘이건희학’과 ‘삼성학’이 필요하며, ‘우리 모두 조금씩은 감염돼 있고 실천하고 있는 ‘기만, 분열, 모순’의 게임을 평가의 대상으로 삼아보자’(p.366)며, ‘이건희학과 삼성학은 곧 ‘한국학’이다’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그러고 보니 ‘이건희 시대’라는 제목과 전체적인 내용이 참으로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