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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동경만경

by mariannne 2006. 10. 4.


동경만경
 (요시다 슈이치 저 | 은행나무)

도쿄만 가까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적 삶을 그린 소설이다. 책 소개 페이지에는 ‘사랑 때문에 상처받은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주는 감동적인 작품’이라고 적혀 있지만, 이 소설에는 ‘정말 사랑’이 없다. 이런 정서에 어떻게 몰입해야 할까. ‘바보 같은 짓을 하다 멀리서 느껴지는 차가운 시선에 돌아다보면’ ‘한심스러워 하는 얼굴’ 혹은 ‘따분해하는 얼굴’(p.235)로 상대방을 쳐다보는 고등학생이 그냥 나이만 먹어버린 듯한 캐릭터가 이 소설의 중심에 있다. 그게 미오(료코)다.

주인공 료스케는 마리를 향해 ‘그녀가 굉장히 좋은 여자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단정한 마리의 옆모습을 아무리 쳐다봐도 역시 그 이상의 느낌이 가슴에 와 닿지는 않았다.’(p.47)고 생각하고, 미오는 료스케에 대한 “그런데 미오는 (료스케가) 좋아지질 않아?”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해야 할지…… 뭐랄까, 아, 이 사람 몸만 있으면 좋을 텐데, 뭐 그런 생각이 들었어.”라고 말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상처받은 마음’이라면, 감상(感傷)에 빠진 20대 젊은이의 회상정도랄까. “……정말로 사랑했었어. ……그랬는데 그렇게 사랑했는데…… 그런데도 끝나버렸지. 사람은 무엇에든 싫증을 내기 마련이야. 나 자신도 어쩔 수가 없어. 계속 좋아하고 싶지만, 마음에 제멋대로 이제 싫증이 났다고 말하는 거야. …… 끝나지 않는 게 있을까? 응? 너 역시 우리의 이런 관계가 계속될 거라고는 믿지 않을 거 아냐?”라고 내뱉는 료스케의 상처. 그 정도다. 그건 일상이고, 변화이고, 성장통과 같은 외로움이다.

전에 읽은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과 또 다른 느낌이다. 더 읽어봐야 어떤 작가인지 알게 되겠지만, 만약 이 작품을 먼저 읽었다면 다시는 요시다 슈이치를 읽지 않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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