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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여행책

나만 위로할 것

by mariannne 2010. 11. 7.


나만 위로할 것 : 180 Days in Snow Lands 
(김동영 지음 | 달)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될거야”를 읽은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김동영의 다음 책이 무척 기다려졌고, 인터넷 서점의 '관심 저자 신간 알림'서비스를 통해 출간되자마자 이 책을 만났다. 책을 읽기 전에 그에 대해 좀 알아야 할 것들이 있었다.  그가 ‘수줍게 써 내려간’ 미국 여행기는 무명 작가의 책답게 그저 근근히 팔려나가다가 어느 탤런트가 방송에 나와 소개한 덕에 유명세를 탔고, 따라서 인세를 꽤 받았으며, “예전보다 금전적으로 자유로운 여행자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는 궁핍하게 여행을 했"고, “12명이 자는 싼 숙소를 전전하고 저렴한 야간 버스나 3등칸 기차를 타고 그리고 토마토소스밖에 들어간 게 없는 가난뱅이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으며 위염약과 식도염약 그리고 자낙스를 입에 처넣으며 구멍 난 양말을 신고 다녔다.”(p.295~296) 아직까지는 그게 그의 여행의 방식이니까.

이번 책은 아이슬란드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몇백 년 만에 터져 절망적으로 뿜어 나오는 화산재 속에 그대로 갇혀버렸”고(지난 4월, 아이슬란드 화산대폭발이 있었다), “지구 종말영화에나 나오는 것처럼 아수라장이 된 낯선 땅에서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꼈지만 그는 오히려 그 시간을 붙드느라, 느끼느라 행복했”고, “몇몇 안 되는 아이슬란드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며 추운 봄날을 보내고 여름까지 머물며 마음의 정신병을 치료하며 지냈다.”(p.296) ‘거기 가면 아무것도 없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계속 갔고, 혼자이기 때문에 새처럼 자유롭게 다니면서, ‘나 여행자요’라는 의식 없이 아이슬란드에 머물다 돌아온다. 그 곳은,
“세상의 모든 바람이 시작되는 곳이었고, 운율은 불규칙하지만 소리 내서 읽으면 너무도 아름다운 시 같은 곳이었고, 잠들지 않아도 꿈을 꿀 수 있는 곳이었고, 불어오는 바람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날아가버리는 곳이었고, 태초의 지구의 모습과 종말 후의 지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고, 우리가 아는 시간이라는 개념에 포함시킬 수 없는 시간 밖의 텅 빈 공간이었다.” (P.273)

그의 글은 여전히 아름답고, 쓸쓸해서, 그래서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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