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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여행책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by mariannne 2009. 3. 21.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 280 Days of Diary in America  
(김동영 지음 | 달)


"먼 북소리" "Love & Free"와 함께 '마음을 흔드는 best 여행 에세이 3종 세트'로 묶어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음악작가를 비롯해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던 저자는 '어느 날, 방송국으로부터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고' 미국행을 결심한다. 서른 즈음에 시작된 미국 횡단. 낯설고 외롭고, 서툰 것 투성이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그 긴 여정동안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각했겠지만, 정작 책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그저, 모르는 한 젊은이의 여행 단상斷想을 슬쩍 엿보는 정도.

우연히 알게 된 책이고, 몇 장 넘겨본 후 구입을 결정했는데, 벌써 11쇄나 찍어낸 인기책이었다. 이 청년, 앞으로 어디서 또 마주치게 될까, 궁금하다.
 
책 속 구절 :
싸늘한 추위를 몰아내자며 그들이 나눠준 위스키를 마시고 침낭 속으로 파고들었다.
까만 하늘에 빛나는 수만 개의 별들이 보였다.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별을 본 건 처음이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아까는 듣지 못했던 호수의 잔물결 소리며 작은 풀벌레 소리, 심지어 구름이 내 머리 위로 흘러가는 소리까지 들렸다. 그 순간 평화가 밀물처럼 내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난 이내 행복했다. 그동안 나를 수없이 망설이게 했던 길에 대한 불안감이 달궈진 팬 위의 버터처럼 소리 없이 사라졌다. 저 위에서 누군가가 내가 이곳에 머무는 걸 이제야 겨우 허락하고 나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고맙고 귀여운 녀석들, 잘 자라. 내일 아침엔 내 너희들을 위해 그동안 아끼고 아껴두었던 컵라면을 풀리라. (p.100)

괜찮아. 네 집 앞에서 두 시간을 떨면서, 한 번도 나에게로 오지도 않아서 한 번도 나에게서 떠난 적도 없는 너를 향해 '돌아올 거야, 너는 다시 돌아올 거야'라고 중얼거리면서도 난 동시에 '네가 돌아오지 않으면 내가 떠나버릴테다'라고 마음먹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넌 계속 태평양 해라. 난 네 옆에 가면 안 되는 대서양 할 테니까.
넌 너대로도 괜찮으니까 그대로 절대 변하지 마라.
네 생각에 문득 잡에서 깨는 날도, 비누거품을 듬뿍 내어 목욕을 하다가 네 생각에 간지럽다고 느끼며 쓸쓸해지는 날도 안녕.
내가 너에게 준 나무목걸이에서 싹이 나면 알게 되겠지.
내가 너를 많이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기억이 많은 사람은 혼자 오래 먼 길에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세상에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만 있으면 조금은 초라해도 아무 상관없다는 걸.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p.176~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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