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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by mariannne 2003. 8. 12.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배수아 저 | 문학과지성사)

난 왠지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공무원 생활을 하여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데다가, 글쓰는 재능까지 있다 보니 시간 날 때 소설을 끄적여대는, 어려움이라고는 모르는 젊은 여자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맴돌았고, ‘몸’에 관한 소설을 발표하여 스포츠신문에서 떠들어대는 걸 보고나니, 지겹도록 들어온 ‘신세대 작가’라는 말이 어울리는, 구름처럼 가벼운 작가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만 하고 있던 차에, 최근 누군가의 추천으로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을 읽게 됐다. 한 번쯤 그녀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기도 했으므로, 기분 좋게 받아들었다. 다른 리뷰를 보니, 그녀의 전작들과 많이 다르다고 하는데, 다른 작품들은 어떤지 궁금해진다. 결론적으로는, 구름처럼 가벼운 신세대 작가는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 소설은 아주 재미있고 빠르게 읽힌다. 지루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전체적으로 장정일의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의 분위기를 닮았다. 읽는 내내 머릿속에 햄버거를 먹는 개 “햄버거”가 맴돌았다. 하지만 “너희가… “와는 사뭇 다르다. 좀 더 차갑다. 이 책의 구성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등장인물의 미래가 그토록 궁금하진 않았을 텐데… 책 끄트머리 작가의 말에 있는 “소설에는 주인공이라는 것이 있고 그리고 그의 여정을 따라가는 것이 소설 읽기라고 일단 생각하는 독자라면, 이 책 [일요일 스키야키의 식당]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실망스러운 것일 될터”라는 구절을 먼저 읽었더라면, 읽는 내내 자꾸만 확대되어 가는 스토리와 꼬리를 물고 맴도는 등장 인물들의 관계가 결코 책 한 권에서 수습될 수 없을거라는 불안감을 갖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약속 없는, 지루한 토요일 오후에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세 끼 밥 먹고 산다는 것이 행복해질지도 모른다. 다이어트를 생각하고 있다면, 왠지 배고픔에 동참하고 싶기도 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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